강릉여행 / 보헤미안 커피 방문기강릉여행 / 보헤미안 커피 방문기

Posted at 2017. 6. 26. 17:06 | Posted in 먹거리/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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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강릉으로 조금 이른 피서를 다녀왔습니다.

저희 집이 대전인데, 대전에서 강원도 영동지방 찾아가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대전은 경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대전-통영 간 고속도로가 모두 지나가는 곳으로 수도권/영남/호남 어디 하나 빠지지 않고 길이 참 잘 되어있고, 심지어 제주도 갈 때도 청주공항이 가까워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유일하게 강원 영동지방까지는 직행 도로가 없어, 수도권까지 올라가서 다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으로 향하는 'ㄷ'자 코스를 택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럼에도 최근 몇 년 동안 바다는 다도해로 상징되는 남해 바닷가는 종종 봐왔는데, 사방이 탁 트여있는 동해바다를 찾은 지 너무 오래되다보니, 끝없는 수평선이 그리웠고,

열대야가 계속되던 한 주라 푹 잠든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한반도의 유일한 폭염주의보 예외지역을 찾아 오랜만에 꿀잠 자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보헤미안 커피를 맛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마음 크게 먹고 강릉을 찾았습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고, 찾은 곳은 아래와 같습니다.

- 카페/음식점 : 보헤미안 커피(연곡 본점/사천점), 실비생선구이(주문진), 고분옥할머니순두부(초당)

- 공원/관광지 : 주문진해변, 경포대,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관

- 숙박 : 산과바다 주문진리조트(베니키아호텔)

이중 가장 중요한 방문지인 보헤미안 커피 방문기를 남깁니다.


보헤미안 커피(사천점)

보헤미안은 우리나라 1세대 바리스타를 대표하는 1서3박 중 박이추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저희는 강릉에 있는 보헤미안을 간다는 생각만 했지, 박이추 바리스타를 직접 뵐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연곡면 영진리에 있는 본점보다도 접근성이 좋고, 넓은 좌석과 아름다운 해변 경관을 자랑하는 사천점을 먼저 찾았습니다.

보헤미안 사천점 전경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대기 인원이 적지 않았습니다. 브런치 메뉴가 있어서 인근에서 주무시고, 여기서 아침을 해결하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보헤미안 사천점 - 파나마 게이샤와 하우스 블랜드

날씨가 흐려서, 멋있는 경치 감상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맑은 날씨에 왔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박이추 바리스타가 직접 운영하는 영진리 본점과 다르게, 핸드드립뿐만 아니라, 에스프레소음료도 많이 취급을 합니다. 저희는 에스프레소 대신에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핸드드립 하우스블렌드와 파나마 게이샤를 마셨습니다.

다른 메뉴를 더 주문할까했는데, 아내가 말립니다. 오후를 기약해봅니다.


보헤미안 커피(본점)

사천점을 나와서 초당동으로 이동 후, 순두부를 맛본 후, 저희는 다시 한 번 기대를 가지고, 연곡면 영진리에 있는 본점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은 네비게션이 잘못 안내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불편합니다. 지도상으로는 7번 국도에서 샛길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 나오는데, 공사중으로 길을 잘못 들어가는 등 우여곡절 끝에 도착했습니다.

놀랍게도, 박이추 선생께서 직접 계셨습니다. 고령(1949년생, 2017년 현재 69세)에도 불구하고, 손목 보호대를 하고, 모든 손님들의 커피를 직접 핸드드립하면서 운영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로스팅룸에 있다가, 주문이 있으면 나와서 핸드드립하고, 다시 로스팅룸으로 들어가고, 주문이 있으면 다시 나와서 핸드드립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따로 시간을 보고 온 것도 아니었는데, 직접 내리신 커피를 네 잔이나 마실 수 있었습니다.

하우스블렌드(보헤미안믹스)와 아프리카 블랜드

카페오레와 파나마 게이샤

주문서 : 난 언제나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는 걸 잊지 않는다. 고매한 불굴의 노력이 생겨난다. 만약, 당신의 이해력이 둔해진다면 커피를 마시세요. 커피는 지적 음료입니다.

먼저, 대표메뉴인 보헤미안 믹스와 아프리카 블랜드를 마셨습니다. 보헤미안을 갔으면, 도쿄 블랜드도 마셨어야하지 않느냐할 수도 있지만, 하루에 마실 수 있는 커피양은 한정되어있고,(다시 대전까지 먼길을 가야합니다) 아직 쓰고 강한 커피를 즐길 정도는 매니아는 아닌지라 왠지 마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천점을 들리지 않을 걸...

보헤미안 믹스는 사천점에 있는 블렌드와 분명 같은 구성일 것임에도 확연히 다른 맛이었습니다. 사천점의 것이 평소 제가 즐겨마시던 맛과 비교할 때 쓴맛이 튀고, 커피맛과 물맛이 분리되는 느낌이었다면, 박이추 선생이 직접 내린 보헤미안 믹스는 오감이 모두 조화롭게 섞여서 튀는 맛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밸런스가 일품이었습니다. 결점이 없는 커피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제대로 느낀 커피였습니다. 커피맛은 밸런스라고들 하는데, 그것을 직접 제대로 느꼈다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아프리카 블랜드는 보헤미안 믹스와 비교할 때, 좀더 화사한 느낌이었습니다. 화사하면서도 달고, 흙내음(earthy)이 느껴지고, 그러면서도 강배전답게 신맛은 강하지 않은 조화로운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한 인상을 가지고, 이번에는 파나마 게이샤와 카페 오레를 시켰습니다. 파나마 게이샤는 사천점에서도 맛있게 느껴졌지만, 영진리 본점에 와서야 비로소 왜 이 커피를 '신의 커피'라고 하는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앞서 마신 블랜드 커피의 여운이 너무 강했습니다.

카페오레는 보통 에스프레소로 라떼를 취급하는 곳은 많은데, 드립커피로 카페오레를 만드는 집은 드물기 때문에,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마셨습니다. 에스프레소 라떼와 비교할 때, 고소한 맛이 참 좋았습니다. 

조원진 저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2016)에 도제식 1세대 커피를 설명하는 '올드 스쿨'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박이추 보헤미안 커피를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가 바로 '올드스쿨'입니다. 저는 커피를 길게 마셔본 것도 아니고, 그마저도 유행하는 스페셜티 위주로만 마셔와서 본격적인 '올드 스쿨'을 제대로 느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올드 스쿨'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고, 다시 한 번 마셔보고 싶은 커피였습니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은, 평창 동계올림픽 대비 고속도로 보수공사로 인해 상당히 오래걸렸습니다.(5시간 30분/평소 3시간 거리) 아직 본격적인 성수기가 아니라해도 더운 날씨에 주말 동해안 관광객이 상당한데, 편도2차선 도로 중 한개 차선을 통째로 차단한 구간이 많아 정체구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원주정도 오기 전까지는 우회 도로도 멀미를 부르는 산길이라 고속도로를 벗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정체가 대관령-진부 5km 구간에 몰려있었는데, 아무리 평창 올림픽 대비가 중요하다고 해도 주말공사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올해 동해안 찾는 분들은 공사 일정이나 우회도로 확인을 미리해보시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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